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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일까? 공부일까?

거미가 날고 있는 걸 본다면?

by AstraNox 2026.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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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 산책길 풀숲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가느다란 실 한 가닥이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대부분은 "거미줄이 날아다니네" 하고 지나치지만, 눈을 크게 뜨고 실 끝을 따라가 보면 아주 작은 거미가 매달려 있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그 거미는 비행 중입니다.

 

거미가 나는 걸 목격했다면

 

거미의 비행(벌루닝, ballooning)은 생각보다 흔한 현상이지만, 몸길이가 몇 mm에 불과한 새끼 거미가 대부분이라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직접 보려면 몇 가지 단서를 알아두면 좋습니다.

  • 시기: 늦여름부터 가을, 특히 맑고 건조한 날 오전~한낮
  • 장소: 풀밭, 울타리, 논둑처럼 탁 트이고 거미가 올라설 만한 곳
  • 날씨: 바람이 약하거나 적당히 부는 날,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올 때 실이 반짝여 눈에 잘 띕니다

이런 곳에서 풀잎 끝에 올라 배 끝을 하늘로 치켜든 채 다리를 쭉 펴고 선 거미를 발견했다면, 곧 이륙하려는 순간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자세를 '까치발(tiptoeing)'이라고 부릅니다.

[이미지 추천: 풀잎 끝에서 까치발 자세를 취한 거미]

 

이륙 직전, 거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까치발 자세의 거미는 배 끝의 방적돌기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 올립니다. 이 실이 공기 중으로 길게 늘어나 몸을 들어 올릴 만한 힘을 받으면, 거미는 붙잡고 있던 발을 놓고 떠오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거미가 아무 때나 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18년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의 에리카 몰리와 대니얼 로버트 연구팀이 Current 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거미는 바람뿐 아니라 대기 중의 약한 전기장도 감지해 이륙을 결정합니다. 실험실에서 바람 없이 전기장만 걸어주어도 거미가 까치발을 서고 날아올랐다고 합니다. 몸의 감각 털로 하늘의 전기를 읽는 셈입니다.

[이미지 추천: 벌루닝 원리 도식]

 

그 거미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날아오른 거미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동합니다. 어디에 내릴지는 거미도 모릅니다. 가까운 옆 풀밭일 수도 있고, 수백 km 떨어진 낯선 땅일 수도 있습니다. 고도 수천 m 상공에서도 거미가 채집된 기록이 있어, 찰스 다윈이 비글호 항해 중 육지에서 먼 바다 위의 배에서 거미를 발견한 이야기도 이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입니다.

 

왜 굳이 떠날까

 

알에서 깨어난 새끼 거미들은 한곳에 모여 있으면 먹이를 두고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 잡아먹기도 합니다. 그래서 멀리 흩어지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됩니다. 위험한 도박이지만,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화산 폭발로 새로 생긴 섬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생물 중에 거미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거미가 날고 있는 걸 본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1. 가만히 지켜보기: 거미를 건드리거나 실을 끊지 않으면 이륙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2. 역광 활용하기: 해를 등지지 말고 비스듬히 마주 보면 실이 반짝여 훨씬 잘 보입니다.
  3. 사진·영상으로 기록하기: 스마트폰 슬로모션이나 접사 렌즈로 촬영하면 블로그 소재로도 좋습니다.
  4. 관찰 기록 남기기: 날짜, 장소, 날씨를 적어두면 나만의 자연 관찰 일지가 됩니다.

 

날개도 없이 실 한 가닥과 바람, 그리고 하늘의 전기로 여행을 떠나는 작은 생명. 다음에 공중에 떠다니는 거미줄을 만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그 끝에 매달린 작은 여행자를 한 번 찾아보세요. 평범한 산책길이 조금은 특별해질 겁니다.


 

 

보라색 귀여운 거미그림

 

 

 

 

 

 

참고 자료

  • Morley, E. L., & Robert, D. (2018). Electric Fields Elicit Ballooning in Spiders. Current Biology, 28(14).
  • Darwin, C. (1839). The Voyage of the Bea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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